KERI 진윤식·조주현 박사, ‘플라즈마 활성수’ 대용량 제조기술 개발

시간당 500L 플라즈마 활성수 제조…농업·바이오·식품·원예 산업분야 활용 동축형 유전체장벽방전 방식 균일·고밀도 대면적 플라즈마 발생 성공

2019-10-17     정세라 기자
플라즈마

한국전기연구원(원장 최규하, 이하 KERI) 전기물리연구센터 진윤식·조주현 박사팀이 미래 청정기술로 불리며 농업·바이오·식품·원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플라즈마 활성수’ 대용량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플라즈마란 고체·액체·기체에 이은 제4의 물질이 강한 전기적 힘으로 인해 기체 분자가 이온과 전자로 나누어지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우주 전체의 99%가 플라즈마 상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연현상에서는 번개·오로라 등이나 우리 주위에서는 거리의 네온사인·형광등이 플라즈마에 의한 현상이다.

대기 중에서 생성된 플라즈마의 이온 및 전자는 공기 중의 산소·질소 등과 만나면 다양한 화학종(Chemical species)을 만들게 되는데 이러한 화학종은 또 다른 물질의 표면과 만나 여러 화학 작용을 일으켜 발생하는 화학 작용을 통해 물질 표면에 있는 오염물질의 살균·분해·소독·세정 등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KERI가 개발한 기술은 플라즈마 활성수(PAW : Plasma Activated Water)를 대용량으로 제조하는 기술이다. 플라즈마 활성수는 공기 혹은 수중에서 플라즈마를 생성한 뒤, 산소 및 질소 등의 활성종을 물에 녹아들게 한 기능성 물이다.

이 활성수는 강한 산성을 띠어 소독제나 살충제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동시에 질소 산화물들이 다량 포함돼 있어 액체 비료로도 활용이 가능할뿐 아니라 병원에서 의료도구의 소독이나 피부 치료로도 쓸 수 있고 가정에서도 야채나 과일을 씻어주는 친환경 세정제로 이용될 수 있다.

활성수를 생산하는 기존의 방법은 가느다란 틈으로 플라즈마를 고속으로 분출하는 ‘플라즈마 제트(Plasma jet)’를 활용하는 방식과 평판의 금속전극과 유전체(정전기장을 가할 때 전기편극은 생기지만 직류전류는 생기지 않게 하는 물질)를 샌드위치처럼 배열하고 좁은 갭에서 방전을 일으키는 ‘평판형 유전체장벽방전(DBD, Dielectric Barrier Discharge)’ 방식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1회 제조용량이 수십 밀리리터(mL)에서 수 리터(L)로 제한돼 있어 넓은 면적으로 균일하고 밀도가 높은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데에는 많은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이에 KERI에서는 평판형이 아닌 ‘동축형’의 유전체장벽방전 장치를 통해 균일하고 대면적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동축형은 평판형에 비해 부피를 줄일 수 있고 직·병렬의 연결이 용이해 대용량화에 유리한 장점이 있는바 플라즈마와 물의 반응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리액터 구조를 창안해 장시간동안 큰 전력을 공급하면서 플라즈마 활성수를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까지 플라즈마 활성수 제조용량에 관한 세계적인 기록은 미국 APS(Applied Plasma Solution)사의 120L/h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대학의 100L/h가 있으나 KERI가 개발한 ‘동축형 유전체장벽방전’ 장치는 시간당 무려 500L의 플라즈마 활성수(pH 3기준)를 제조할 수 있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기록된다.

해당 연구결과는 특허출원을 완료해 최근 미국에서 열린 펄스파워 분야 세계 3대 학회인 ‘펄스파워 및 플라즈마 과학 컨퍼런스(PPPS)’와 일본에서 물리학 및 플라즈마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대회인 ‘ICPIG-34&ICRP-10’에 소개돼 전 세계 전문가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연구개발 책임자인 진윤식 박사는 “플라즈마 활성수는 공기와 물 그리고 전기만 있으면 제조가 가능하고 다른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친환경적이다”고 밝히며 “KERI가 개발한 기술로 농업·바이오·식품·원예 등 다양한 산업에서 대용량의 플라즈마 활성수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전했다.

최근 플라즈마 활성수를 제조·분석하고 다양한 응용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바 KERI 연구팀은 ‘산업용 대용량 플라즈마 활성수 제조장치’의 상업화를 위한 ‘기술이전 수요업체 발굴’을 통해 조기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