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국내 최대 규모의 양양 양수발전소에 가다
[현장르포] 국내 최대 규모의 양양 양수발전소에 가다
  • 정세라 기자
  • 승인 2019.07.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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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천 수계 이용한 순양수식발전방식 운용
설비용량 250MW 기기 4대 보유한 비상전력공급 1등 공신
양양 양수발전소 하부 댐 전경 [사진제공 = 한국수력원자력 홍보팀]
양양 양수발전소 하부 댐 전경 [사진제공 = 한국수력원자력 홍보팀]

강원도 양양군 서면에 위치한 양양양수발전소는 아름다운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 산업의 산물 중 하나이다.

생애 한 번 볼까 말까한 양수발전소를 견학한다는 기대감에 잠을 설쳤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가니 홍보관 ‘양양 에너지 팜’에서 고창석 본부장을 비롯 양양 양수발전소 임직원들이 미리 대기해 기자단을 반겼다.

고 본부장은 “양수발전소는 한 마디로 전력 수급 3분 대기조이며 최후의 보루이다”라며 양수발전소의 존재이유에 대해 한 마디로 설명했다.

양수발전의 원리 [그림제공 = 한국수력원자력 홍보팀]
양수발전의 원리 [그림제공 = 한국수력원자력 홍보팀]

양수발전은 수력발전의 일종으로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의 저렴한 전력을 이용해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에 저장했다가 하루 중 전력 사용의 수요가 커지는 시기에 상부의 물을 하부로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한다. 대용량 발전원의 잉여 전기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변환시켜 저장해 놓는 것이다.

전력계통상의 전력수요량 일부를 담당해 전체적인 발전효율을 향상함은 물론, 경제적인 전력계통의 운용효율을 높여 전기수요 변동에 따른 대용량 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의 기기 수명단축, 효율저하 등을 보완해 이들 발전소의 열효율과 이용률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기동성이 타 에너지원의 발전설비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해 대용량 발전소의 고장이나 전력계통의 돌발적인 사고, 긴급한 부하변동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하므로 국가 전력수급상의 신뢰도 제고 및 양질의 전력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양수발전소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면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전기 없이 가장 빠르게 전기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전력을 생산해 다른 전력원들을 복구시킬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전력계통의 안정화다. 전기는 일정한 주파수와 전압이 유지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파수가 60Hz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질 좋은 전기 즉, 안정적인 주파수와 일정한 전압 덕분이다.

양양 양수발전소에 초대된 기자단이 양수발전의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 한국원자력신문]
양양 양수발전소에 초대된 기자단이 양수발전의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 한국원자력신문]

고 본부장은 “원전이나 석탄처럼 국내 전력의 기저가 되는 대용량 발전소는 아니지만 대용량 발전소들이 하지 못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며, “양수발전은 정지 상태에서 최대 출력까지 불과 3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원전 등 대형 발전소가 정지돼 갑작스럽게 부하가 변동됐을 때 신속하게 주파수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설명을 들은 후 홍보관 내 마련해 놓은 체험관에서 직접 실험을 해봤다. 1, 2층으로 나뉘어져 있는 ‘양양 에너지 팜’은 양수발전의 이론은 물론 직접 체험하며 그 원리를 습득할 수 있는 다채로운 시설인 ‘양수발전 24시’, ‘에너지 체험존’, ‘지하발전소 설비체험’, ‘원자력 관’, ‘3D 영상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양양 에너지 팜 체험관에서 양수발전의 원리를 직접 수동으로 느껴보고 있다. [사진 = 한국원자력신문]
양양 에너지 팜 체험관에서 양수발전의 원리를 직접 수동으로 느껴보고 있다. [사진 = 한국원자력신문]

순서대로 체험관을 돌아본 후 본격적인 발전소 견학을 위해 관람 전용 버스에 탔다. 약 2km의 긴 지하터널을 통해 들어간 지하발전소 내부에는 육중한 발전기 4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총 100만kW의 설비용량을 갖춘 규모로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으며, 전력거래소에서 급전 지시가 내려지면 발전을 시작해 분당 600번의 회전을 통해 전기가 생산된다. 이 둔해 보이는 쇳덩어리가 우리가 쉽고 편하게 이용하는 필수불가결의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발전소에서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니 해발 937m에 위치한 상부 댐이 모습을 나타냈다. 방문한 날은 구름 낀 하늘 탓에 안개가 자욱해 상부 저수지의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고 본부장은 “맑은 날에 왔다면 저장된 저수지의 웅장함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상부 댐의 총 저수량은 500만 톤, 하부 댐의 저수량은 1000만 톤가량 된다. 하부 댐과의 낙차는 810m로, 동양 최대를 자랑하며 낙차가 크다보니 위치에너지의 차이 또한 커 발전효율도 좋은 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하부저수지와 상부저수지는 소재지가 다르다. 상부는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 위치해 있으며, 하부는 위 주소와 같다.

내려오는 길은 꽤 길었다. 올라가는 길의 설렘보다 듣고 보고 체험했던 것들을 되새기는 여운이 더 오래 머무르는 모양이다. 웅장한 저수지와 힘찬 발전기의 움직임들은 삶 속에서 전력과 만날 때마다 기억될 것 같다.

이외에도 국내 양수발전은 청평, 삼랑진, 청송, 산청 무주, 예천 등에 총 16기가 있으며 모두 한수원이 운영, 관리하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전체 설비용량은 470만kW, 국내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약 4%를 차지한다.

한편, 한수원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최근 부지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후보지로 충북 영동, 강원 홍천, 경기 포천이 선정됐다. 한수원은 3개 후보부지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정부에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며, 지정고시 후 부지별로 실시계획 승인 및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2029년에서 2031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양수발전소는 설비용량 면에서 그 비중은 작지만 다른 어떤 발전원보다도 큰 역할을 담당한다”며 “안전한 발전소 운영으로 안정적인 고품질 전기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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